스플릿 키보드. 인체공학적 설계와 커스터마이징의 매력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지만, 동시에 입문자에게는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처음 스플릿 키보드를 조립하며 느꼈던 ‘불안 반, 기대 반’의 감정은 아마 많은 분이 공감할 것입니다.
1. 첫 스플릿 키보드, 합리적인 입문 빌드
모든 시작에는 신중한 선택이 따릅니다. 특히 커스텀 키보드 세계에서는 수많은 부품 조합 앞에서 길을 잃기 쉽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빌드는 저처럼 입문자가 접근하기 좋은 합리적인 구성으로 정리했습니다.
1.1. 초보자를 위한 빌드 구성
이번 빌드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부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각 부품은 가격과 성능, 그리고 조립 편의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선택되었습니다.
- 프레임: GMK70 - 초보자에게 적합한 모델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쉬운 조립 과정이 장점입니다. 스플릿 키보드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에게 심리적, 경제적 장벽을 낮춰줍니다. 할인 시 구매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 스위치: Vertex V1 - 단단하면서도 정숙한 타건감을 제공하는 스위치입니다. 사무 환경이나 조용한 공간에서 사용하기에 부담이 없으며, 명확한 구분감으로 타이핑의 재미를 더합니다.
- 키캡: Apple XDA PBT - 저렴한 가격대의 PBT 키캡으로, XDA 프로파일의 평평하고 넓은 표면이 특징입니다. 손가락이 닿는 면적이 넓어 안정적인 타건을 돕습니다.
- 팜레스트: 커스텀 아크릴 팜레스트 - 스플릿 키보드의 인체공학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입니다. 손목이 꺾이는 것을 방지하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1.2. 약간의 투자, 그 가치
아무래도 투자성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 비용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키보드에 지출하기 큰 금액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주변기기 구매가 아닌, 장기적인 건강과 생산성을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합니다. (음 변명같군요 ㅎㅎ)
잘못된 자세로 인해 발생하는 손목 터널 증후군이나 어깨 결림 등의 문제를 예방하는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투자라 할 수 있습니다.
2. 사용 후기: 자세의 변화
조립을 마치고 실제 사용에 들어갔을 때, 스플릿 키보드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자세’입니다.
2.1. ‘공손 모드’에서 ‘거만 모드’로
"기존 키보드 자세가 공손모드였는데 스플릿을 사용하니 거만모드로 바뀌네요."
일반적인 일체형 키보드를 사용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양손을 키보드 중앙으로 모으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어깨는 안으로 말리고 등은 굽어지는, 이른바 ‘공손 모드’ 자세가 만들어집니다.
반면, 스플릿 키보드는 양쪽 유닛을 어깨너비만큼 벌려 놓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사용자는 어깨와 가슴을 활짝 펴고, 팔을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내려놓는 ‘거만 모드’, 즉 개방적이고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세 변화는 손목이 바깥쪽으로 꺾이는 척골 편위(Ulnar Deviation) 현상을 줄여주어 손목의 부담을 크게 완화합니다.
3. 스플릿 키보드의 영원한 숙제: 마우스는 어디에?
스플릿 키보드 사용자들이 공통으로 마주하는 질문은 바로 "마우스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입니다. 키보드가 두 개로 나뉘면서 생긴 중앙 공간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3.1. 중앙 배치: 효율성과 접근성의 균형
키보드 양쪽 유닛 사이에 마우스를 두는 방식입니다. 이 배치의 가장 큰 장점은 최소한의 동선입니다. 타이핑을 하다가 마우스를 잡을 때, 양손 중 어느 손에서든 이동 거리가 짧아 매우 효율적입니다. 특히 프로그래밍이나 문서 작업처럼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 전환이 잦은 경우에 유리합니다. 다만, 마우스를 움직일 공간이 다소 협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3.2. 측면 배치: 전통적인 안정감
대부분의 사용자가 처음 시도하는 방식으로, 키보드의 오른쪽(또는 왼손잡이의 경우 왼쪽) 끝에 마우스를 두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기존 키보드 사용 경험과 동일하여 심리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또한, 마우스를 위한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그래픽 작업이나 게임처럼 정밀하고 큰 움직임이 필요할 때 적합합니다. 사용자가 처음에는 중앙에 두었다가 오른쪽 끝으로 옮긴 것도 이러한 이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3. 고급 활용: 키보드 레이어를 통한 마우스 제어
커스텀 키보드의 진정한 잠재력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레이어에 있습니다. 특정 키(예: Fn 키)를 누르고 있는 동안 화살표 키나 특정 키(I, J, K, L 등)가 마우스 커서처럼 작동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마우스 키' 기능이라고 부릅니다. 이 기능을 잘 활용하면 손을 키보드에서 떼지 않고도 간단한 마우스 조작이 가능해져 작업 흐름의 끊김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물리적인 마우스 배치의 고민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효율성을 제공합니다.
4. 결론: 나만의 인체공학 환경을 찾아서
스플릿 키보드로의 여정은 단순한 키보드 교체가 아니라, 나의 몸에 맞는 최적의 작업 환경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처음의 불안감과 조립의 번거로움을 넘어섰을 때, 우리는 기존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편안함과 효율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의 저렴한 투자(?)는 건강한 자세와 향상된 생산성이라는 값진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마우스 위치에 정답이 없듯, 인체공학 환경 구성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중앙 배치, 측면 배치, 혹은 마우스 키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위트 스팟'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이 스플릿 키보드 입문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이미 사용 중인 분들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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